본고는 백제후기 도성인 부소산성출토의 토기류 가운데 백제 사비기에 출현했다고 생각되는 몇가지 특징적인 기종에 대하여 그 형태적 특징과 토기의 성격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폈다.
백제 사비기에 출현한 토기들 가운데 배부발․접시․전달린토기는 모두 회색조의 고운 점토를 사용하여 고화도로 소성한 유관기종들로서, 제작과정에서 물레와 성형틀 등을 이용하여 동일한 규격으로 대량생산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 토기는 형태상 바닥에 공히 굽이 달렸는데 이는 당시 중국과의 교류에서 들어온 중국자기나, 청동합과 같은 금속용기의 굽을 모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토기류는 그 계통상 한성백제기의 몽촌유형으로 대표되는 백제토착기종과는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 형태적 특징이나 제작수법 등에서 한강유역의 고구려토기기종인 구의동유형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즉, 구의동유형의 기종 가운데 평저완․접시․이배류는 이들 기종과 형태나 제작속성상 유관성이 있으며, 부여지방 사비기 토기류 중 양이파수부호나 파수부자배기는 역시 고구려토기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능산리폐사지에서 출토된 보주모양토기는 부여 동남리출토의 대각하부편과 함께 전체 기형을 복원해볼 수 있는데 그 편으로 보이는 것이 부소산성과 왕궁리유적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토기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로서 집안지방출토의 고구려 토기기종인 창이 있는데, 이 토기는 전이 달린 구형의 몸체와 그 하부로 이어지는 원통형의 대각 등 부여지방의 그것과 외형상 유사점이 인정된다. 고구려토기의 창은 중국 한 대 이후의 창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성격은 부장용으로서 실용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끝으로 이러한 백제 사비기 일부기종에 보여지는 고구려토기의 영향에 대한 역사적 배경으로서 551년 백제의 한강하류진출로 인한 한강유역 고구려토기와의 접촉을 추정하였다. (필자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