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리 사리기 두 점과 미륵사 사리기 두 점은 비교해 보면, 사리기 형태에 따라서 시문하는 공간의 면적과 모양에 응하여 각기 무늬가 다르다. 즉, 미륵사 사리 항아리의 경우에는 넓고 긴 공간이 있어서 ①끝없이 연속하여 전개하는 영기문 ②다른 무늬를 병렬하여 연결하는 영기문 등이 주 문양대를 이룬다. 왕궁리 상자형 사리기의 경우에는 사각형 모양이고 공간이 좁아서 연속하는 영기문은 없으며 ①하나의 기본 단위의 영기문이 보통이고 ②사리변 판에서처럼 긴 사각형 모양의 공간에서는 같은 무늬를 병렬한다. 두 탑의 사리가 무늬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왕궁리 상자형 뚜껑의 삼각형 네 면과 왕궁리 사리병의 사각판의 무늬는 미륵사 항아리의 제4층 무늬와 같고, 왕궁리 상자형 사리기의 네 면은 미륵사 사리기의 제4층과 2층의 무늬의 표현원리를 합쳐놓은 것 같다. 그 밖의 둥근 무늬나 빗금치는 형태와 솜씨는 같다. 두 사리기의 무늬 솜씨는 확대해 보면 거친 듯 하나, 육안으로 보면 매우 정교하다. 그렇게 작은 금속제 사리기 표면을 영기문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기법 상 매우 어렵다. 밀랍주조라면 확대해 보아도 거칠지 않으나, 손으로 표현한 것이라 확대해 보면 거칠기 마련이다. 바로 그 거친 점 때문에 제작시기를 늦게 본다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제 사리장엄구가 점하고 있는 위치, 사원의 중심축에 위치한다는 것, 즉 우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왜냐하면 그 자리와 건축의 구조와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축을 통하여 사리의 본질에 다가 갈 수 있으며, 또 사리 및 사리기의 본질을 통하여 건축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종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밝혀본 것이다. 현재 정립하여 오고 있는 ‘영기화생’의 이론으로 미륵사 사리기의 본질을 밝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조각과 건축과 공예의 상관관계를 총체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되었다. 불상과 불화에서 발견한 영기화생의 도상, 건축과 도자기에서 발견한 영기화생의 표현원리가 그대로 금속 사리기에 반영되고 있다. 절대적 존재이며 무한한 영력을 지닌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시는 항아리였기 때문에 각별히 영화하였을 것이다. (필자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