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미륵사지 출토 금정의 형태적 특징과 관련하여 그 화폐적 성격을 살피고, 금정의 명문에 보이는 量詞를 백제 문자 사용례로 미루어 백제에서 만든 조합자로 생각하였다. 또한 미륵사지 출토 금정이 백제의 衡制와 달리 중국 강남도의 衡制를 따른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정리하자면, 첫째,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은정은 칭량화폐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인정되었다. 또한 미륵사지 출토 금정도 화폐로서 기능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아울러 이들 금정은 무왕대 제작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제소형판을 금정으로 칭할 것을 제안하였다. 둘째, “中部의 德率 支受가 金 1〇을 시주하였다”는 명문 가운데 ‘〇’을 백제의 독자적인 문자사용 사례로부터 무게 단위명 兩에 상응하는 으로 석독하였다. 多利作銘 銀釧이나 一斤銘 石製鎔范으로부터 백제가 무령왕 이래로 고유의 0.722g/主를 기준으로 하는 衡制를 운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정림사지에서 발견된 고리모양의 石鎚로부터 7세기 전반 개원통보의 중량 계산식을 도입하여 운영하였음을 살필 수 있었다. 셋째, 백제 무왕대에는 칭량 가치를 지닌 생금 또는 금괴와 함께, 일정한 무게 단위 기준의 장방형의 금정과 이를 절개한 반절짜리 금정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백제 고유의 衡制 17.328g/兩과 함께 梁․陳의 계통을 잇는 13.92g/兩의 무게 값을 기준으로 금․은정을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백제 고유의 衡制 17.328g/兩을 따른 은정은 1량 단위로 백제 대내의 칭량화폐로서, 그리고 1斤銀鋌의 경우 당나라와의 조공을 위한 용도로서 생각되었다. 또한 梁․陳의 계통을 잇는 13.92g/兩의 무게 값을 기준으로 한 금․은정은, 중국 강남도와의 교역 곧 동남아시아 및 서역 물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아울러 미륵사지 금정은 국가가 정한 일정한 규정에 따라 이를 개별적으로 제작․유통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국가는 유통과정에서 금정의 무게를 칭량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었고, 당나라와 신라의 사례로 보아 백제 22관사 가운데 市部가 이를 관장하였을 것으로 보았다. 요컨대 백제는 무령왕 이후 백제 고유의 0.722g/主의 衡制를 채택하였지만, 양과의 빈번한 접촉과 중국 강남도에서의 금은정 유통상에 맞추어 중국 강남도 지방의 형제에 따른 금은정을 제작하였다. 그러나 백제 고유의 형제는 여전히 유지된 바, 일근명 석조용범의 은정과 미륵사지 출토 은정은 백제 고유의 衡制로서 제작되었다. 따라서 미륵사지 출토 금정은 백제의 중국 강남도 일원에서의 교역과 백제를 내왕하던 상인들과의 교역의 융성함을 보여주며, 왕흥사지 및 미륵사지 출토 은정과 더불어 신라 금․은정으로 승계되어 신라의 大小 無文錢으로 일컬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