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백제의 특징적인 기종으로 형태적 변이가 비교적 다양한 유개고배에 대한 고고학적 분류와 분석을 목적으로 하였다. 유개고배의 형태, 기술, 양식속성에 대한 분류와 분석결과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저화도 소성의 회색연질 고배와 고화도 소성의 회청색 경질고배가 형태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연질고배-한성 I 기, 경질고배-한성 II기의 시간적 선후관계로 파악하였으나 최근 풍납토성 발굴에서 나타나는 출토양상과 백제 특유의 회색 연질토기에 대한 선호를 생각했을 때 이는 재검토 되어야 한다. 즉, 두 종류의 고배는 시간적 선후관계가 아닌 기능적 차이를 가지고 상당기간 공존해서 사용된 것이며, 그 형태적 특성에 따라 평저형 유개고배와 원저형 유개고배의 세부기종으로 구분하여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에 각 세부기종별로 대각의 높이, 배신깊이, 뚜껑받이턱의 형태, 구연높이를 기준으로 형식분류를 시도한 결과 평저형은 11개 형식, 원저형은 10개의 형식으로 세분할 수 있었다. 평저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각이 높은 것들과 배신이 깊은 것, 그리고 둥글거나 각진 뚜껑받이턱의 형태가 나타나며, 일부 경질화되는 현상이 보인다. 그리고 원저형은 대각과 구연높이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토맥락이 비교적 뚜렷한 유구의 출토품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유개고배는 대체로 4단계의 단계적 변천과정 겪었으며, 그 출현시점은 평저형이 원저형에 비해 한 단계 정도 이른 시기로 생각된다.
한성을 포함한 경기지역에서만 주로 제작·시용되었던 평저형은 한성기 이후 급격하게 소멸하며, 원저형은 사비기까지 지속된다. 이와 같이 평저형 유개고배가 갑작스럽게 단절되는 현상은 아마도 고구려에 의해 한성이 함락되고, 중심지가 웅진으로 옮아가면서 발생한 토기 생산과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의 일면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