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Ⅱ. 백제 흑색마연토기 지역별 출토양상
Ⅲ. 중앙 흑색마연토기 제작기술 검토
Ⅳ. 흑색마연토기의 지역성과 의미
Ⅴ. 맺음말
요약
본고에서는 그간 백제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흑색마연토기 본질 자체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점에 착안하여 우선적으로 백제 중앙의 흑색마연토기란 무엇인지 자연과학 분석을 병행하여 그 제작기법에 대해 연구해 보았다. 그 결과 흑색마연토기는 이미 백제 기층문화들의 토기 제작기술에 존재하였던 마연과 탄소흡착이라는 각 속성의 융합으로 재탄생된 ‘백제 중앙의 위세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흑색마연토기는 초기 중앙에서도 상당한 위세품으로 취급되었으나 그간 축적된 풍납토성 및 몽촌토성과 같은 생활유구, 경기 일부지역 등의 출토 양상으로 미루어 볼 때 중앙의 경우 흑색마연토기 생산량이 점차 증가하며 보급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타 토기들에 비해 희소성을 보이며 특수기종에 집중된다는 점은 보급의 확대가 곧바로 대중화로 해석되기보다는 오히려 대체 위세품의 등장, 귀족층의 두각, 기종의 고급화, 토기 생산시스템의 발달 등 물질문화의 자연스러운 발전단계 속에서 여러 현상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반면 이러한 현상은 극히 중앙에 한정된 현상이고 백제 중앙은 흑색마연기술의 독자성·특수성을 지향하며 이를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전략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각 지방출토 고급 흑색마연토기의 제작기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방 곳곳의 흑색마연토기들을 관찰해본 결과 지역에 따라 제작기법상의 차이가 존재했으며, 이는 크게 네 가지 경우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백제 중앙과 동일한 기술로 생산한 경우, 둘째, 중앙에서 생산된 토기가 지방에 사여된 경우, 셋째, 중앙 흑색마연토기를 모방 제작한 경우, 마지막으로 백제 물질문화와 상관없이 마한 토착기술로 제작한 경우이다. 이렇듯 각 지역 흑색마연토기들의 제작기술과 공반유물 비교연구는 당시 백제와 마한 재지세력 간의 정세관계를 파악하는 한 가지 단서로 활용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제작기술의 비교연구는 그간 ‘흑색마연토기’=‘중앙의 사여품’=‘백제 영역화의 표지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필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