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백제관악기 12종에 대한 논문이다. 옛 문헌과 유물 등의 자료를 기초로 동아시아 지역의 고대 유사악기 비교하여 그 관계성을 연구하였다. 백제악기는 횡적, 적, 배소, 장소, 지, 통소, 막목, 우, 각 등 9종의 기명악기가 있었으며 도피필률은 겹서악기(雙簧樂器), 그리고 생, 백제생황은 떨청악기이었다. 이러한 악기는 다시 단관악기와 다관악기로 나눌 수 있었는데, 횡적, 적, 도피필률, 장소, 지, 통소, 각, 막목 등 8종이 단관악기에 해당하고 우, 생, 배소, 백제생황의 4종은 다관악기이었다. 문연각사서 등 사료에 근거하여 백제악기로 정의한 것은 적, 지, 도피필률, 각, 우 등 5종이었고, 막목은 일본 역사서에서만 나오는 악기이었다. 6종의 백제관악기를 2종의 유물에 있는 도상을 통하여 찾을 수 있었다. 그 하나는 국보 106호인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의 주악조소상으로 여기에는 횡적, 생, 소 등 3종의 백제관악기가 있었고, 장소, 배소, 백제생황들의 3종은 국보 제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져 있었다.
사료에는 대개 악기이름만 있을 뿐 그 악기의 형태나 구조 크기 등 음악적 기능을 가늠할 만한 내용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백제 존속 700년 역사 당시의 주변국악기들 속에서 그 유사성을 찾아내려 하였다. 여기에는 동한, 삼국, 진, 16국, 남북조, 수, 당 등의 나라들이 주로 해당되고, 왜국과 일본 등도 주요대상이 되었다. 백제보다 앞선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국가들의 악기도 배제 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러 주변국들 중 백제악기와의 관계성이 많은 나라는 서진(西晉), 북위(北魏), 북제(北齊)와 남조(南朝)의 송(宋), 제(齊), 양(梁), 진(陳) 그리고 백제의 존폐를 위협한 수(隋)와 당(唐) 등의 여러 나라였다. 그 외에 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의 필리핀이나, 베트남지역에 까지 방대한 지역에 백제관악기는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이른바 백제의 여러 담로의 분포와 일치하는 지역들로, 신채호, 정인보, 문정창 등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한 백제의 국제진출설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었다. 특히 백제의 중국지배설과, 그 지배 이후 백제유민들이 건립된 제, 양 두 나라와 백제와의 관계가 특별히 깊었음을 이 논문에서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을 규명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중국 탐방을 하고 그 자료들을 부분적으로나마 본 논문에 수록할 수 있었던 것은 뜻 깊은 일이었다.
백제는 그 악기가 갖는 이름이나 구조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보편적 음계인 3음계, 5음계, 7음계 등의 한계에서 음악을 향유하였을 것으로 보았다. 백제에서 삼분손익에 의한 12율을 모두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점검하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음악으로 우주조화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하였던 바, 백제의 음악세계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으리라는 견해로서 본 논문은 결론을 맺고 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