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흑색마연토기는 당시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없는 고급 용기였음이 고고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모방품과 출토 정황으로 볼 때 당시로서는 하이테크가 투영된 물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하이테크의 등장과 이동은 백제의 중앙집권화 시점, 백제의 마한 영역화 여부, 주요 유구의 성격 파악 등에 활용되면서 백제사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흑색마연토기는 명확한 제작기술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그 기준이 모호하여 해석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무엇이 백제 중앙의 흑색마연토기인지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당시 백제 중앙 제도기술의 결집체라고 볼 수 있는 흑색마연토기의 제작기술을 밝히는 연구는 백제 토기문화를 복원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연과학적 분석으로는 흑색마연토기에 대한 XRF분석을 통해 다른 토기들보다 인(P)수치와 L.O.I. 값이 높다는 것을 알았고, 이는 유기물의 탄화와 관련된 공정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후 시편을 제작하여 마연실험을 통해 적절한 건조와 마연도구의 선택이 광택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SEM-EDS분석을 통해서는 흑색 성분이 탄소(C)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검증하였고, 연료를 달리하여 탄소흡착 예비실험을 진행하였다. 태토의 선정도 재료과학적으로 백제토기와 광물 비율이 유사한 점토를 사용하였으며, 토기제작도 전문 도예가를 통하여 전통 도구만을 사용하여 재현을 의뢰하였다. 소성 또한 광주 비아유적을 모델로 한 전통가마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이번 재현실험을 통해 밝혀진 흑색마연토기 제작공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① 정선된 태토를 사용, ② 토기 반건조 후 강돌이나 매끄러운 견과류로 표면 마연, ③ 600℃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소성, ④ 소성 마지막 단계에서 탄소발생연료 투입 후 가마를 밀폐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외형적로 흑색마연토기와 비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현토기 단면을 보았을 때 고고유물처럼 속심까지 검은 토기는 재현하지 못했다. 이는 탄소침투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며 소성방식이나 연료의 선택 등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물질문화를 복원하는데 있어 실험고고학이 실증적 자료로 제시되려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고고학 다방면의 분야에서 실험고고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