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濟는 한반도의 중서부지역에 위치하여 북으로는 고구려의 압력을 받고 동으로는 신라의 위협을 받아 정치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 국가였지만 그 건축문화는 고대 동아시아의 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신라 皇龍寺의 건립에 백제의 工匠 阿非知가 초빙된 사실과 왜에도 造寺工과 瓦博士를 보내어 건축문화와 최신 기술을 전한 사실이 여러 문헌과 자료에 나타나 있음으로도 미루어 고구려나 신라에 비하여 건축술이 뛰어났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백제의 건축문화는 지배계층에 의하여 대대적으로 왜곡, 변형되었다. 백제인들의 건축적 전통을 단절하고 획일화된 신라의 건축제도를 강요함으로써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지우려는 의도적인 문화 말살정책이 시행되었다. 도성과 궁궐, 사찰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들이 파괴되었고 이후 통일기의 신라 건축문화가 이 지역을 지배하여 그 원형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에는 옛 백제 지역의 발굴조사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졌으며 백제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인식케 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1994년 10월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하여 2000년 4월에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확정하고 8월에는 건립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사업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 건축사 분야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사업이 시행중인 시점에서 백제역사재현단지의 건립에 대한 타당성 문제를 새삼스럽게 제기한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며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향후 백제역사재현단지가 성공적일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불투명하며 문제거리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은 만큼 사업의 시행 이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