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과 낙동강 유역은 ‘연안항로의 시대’에 해상교역의 중요한 거점으로서 기능을 담당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이를 세 시기로 나누어 영산강․낙동강 유역의 동향을 살펴보았다.
① 고조선 멸망 후 낙랑․대방군이 해상교역을 주도하는 시기의 동향이다. 이 시기 영산강유역은 변영을 구가했다. ‘신미’라 불리는 해남 군곡리 세력은 영산강유역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간주되었다. 신미제국은 백제가 강성해져서 낙랑․대방군에 위협세력으로 떠올랐을 때, 백제에 반하여 낙랑․대방군의 편에 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낙동강유역은 구야한국을 중심으로 浦上의 諸國이 각기 gateway community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번영을 누렸다. 구야한국이 가장 중심 소국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가야제국에 대한 영도력은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② 낙랑․대방군 축출 이후부터 백제가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되기 이전까지의 시기의 동향이다. 낙랑․대방군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였던 영산강유역 군곡리 세력은 특히 타격이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연안항로를 통한 해상교역이 크게 위축되어 가자, 구야한국은 북방계 문물을 확보하고 있던 신라에 의존하여 신라-구야한국-왜로 연결되는 교역체계를 대안으로 삼고자 하였던 반면, 구야한국 이서의 포상팔국은 이에 반발하여 구야한국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낙랑․대방군의 축출은 가야제국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했다. 그러나 신라와 구야한국은 포상팔국을 제압하고 새로운 교역체계의 주체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③ 백제가 해상교역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는 4세기 후반 이후의 시기이다. 이 시기 영산강유역 군곡리 신미 세력은 백제의 공격을 받아 도륙당하고 만다. 백제는 그 대안 세력을 군곡리 인근의 고현리 일대에 세우고 백포만 일대를 새로운 거점포구로 활용하였다. 이 시기 낙동강유역의 가야제국에서는 탁순국을 중심으로 친백제세력이 확산되어 갔다. 이에 대해 신라가 저항하였지만, 백제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가야제국과 왜에게 배제되어 버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렇지만 백제 주도의 해상교역체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의 전개과정을 간략히 제시하자면, 4세기 말부터 고구려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백제-가야-왜의 구도 속에서 배제된 신라가 고구려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였다. 5세기에 들어 백제는 고구려에게 압도되었고 웅진으로 천도하였다. 이에 왜의 백제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영산강유역 세력, 심지어는 고구려와의 제휴를 통해서 연안항로를 통한 대중국 직접 교역에 나섰다. ‘왜 5왕’의 중국 남조 외교 공세는 그 표징이다. 이후 백제는 연안항로 경색국면이 고구려의 책임임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한편, 왜를 자기편으로 잡아두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백제는 오랜 시련을 겪은 끝에 무령왕 대에 이르러 고구려를 압도하고 다시 동북아 해상교역을 주도하는 강국의 위상을 되찾게 된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