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영산강 유역의 전방후원분에 대해 검토하였다. 해당 고분의 피장자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제시되어 왔으나 재지수장설이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백제의 남방진출과 관련하여 왜인 또는 왜계백제인을 현지에 이주 혹은 파견했을 것으로 보는 설에 대해서는 백제가 행정적으로 전남지방을 지배하는 6세기 1/4분기까지 왜인계가 현지에 정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였다. 당시 백제와 왜왕권과의 관계에서 볼 때 가장 활발한 인적교류가 있었던 시기는 백제사의 고난기에 해당하는 웅진천도로부터 한수유역을 신라로부터 탈취당하는 6세기 중엽이다. 왜왕권으로부터 병력의 파견과 왜계백제관료가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약 백제에 정착했다면 영산강유역이 아닌 그 북방지역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매장지 역시 동 지역으로부터 구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왜계고분의 발견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야지역에서 전방후원분이 발견되지 않듯이 백제의 영역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영산강유역의 전방후원분이 백제와 관련된 왜계 인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 동시에 북구주 수장 磐井의 권력 장악기 및 畿內의 왜왕권이 북구주 지배 시기에 현지의 왜인들의 영산강유역으로의 망명을 상정한 피장자=왜인설도 적어도 이들이 단기간에 수장층의 능력을 갖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논증이 있어야 가능한 추정이다.
영산강유역이 백제로부터 압박받기 시작하는 웅진천도기 이후 이 지역사회의 수장들은 지역사회의 결속, 자립적 자세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전방후원분이고 크기를 극대화시키는 모델로서 왜계 고분의 외형적 양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이들 지역이 북구주 등 서일본 지역 세력들과의 장년에 걸친 교류의 결과이다. 동시기에 섬진강, 낙동강유역의 가야지역 역시 동서의 강대국들에 의해 침식당하는 위기적 상황이었고, 그 여파는 영산강사회에도 미쳤을 것이다. 전방후원분의 존재가 백제에 대한 자립의 과시이자 지역사회의 내부적 결속을 다지는 정치적 선언이었고, 수장층 공동체사회의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산강 사회는 백제의 무력 앞에 저항의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 버리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가야의 3强, 고령과 김해, 함안보다도 생산성이 높은 광대한 입지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6세기 2/4분기를 넘지 못한채 해체되어 버린 것은 구심적 역할을 하는 강력한 맹주의 출현이 없었기 때문이고, 말기의 결속의 의례행위로 이를 성공시키기에는 백제라는 벽이 너무도 컸던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