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백제의 나관과 금동관으로부터 금관의 양식과 만들어진 시기를 추정하고 관모장식의 고유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백제의 왕은 옥으로 수놓은 금테 두른 오라관에 금으로 만든 큰 크기의 관장식이 관모의 뒷면에 배치되고 조금 작은 관장식이 관모의 앞면에 배치된 관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의 금동관으로는 신촌리 제9호 고분에서 출토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금동관은 금동으로 만든 절풍과 관테 둘레에 달개장식이 달린 3개의 세움장식을 세운 겉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풍을 기본으로 하는 또 다른 양식으로 익산군 입점리에서 출토된 관테 둘레와 세움장식이 있는 금동관을 들 수 있다. 이 금동관은 신촌리 출토 금동절풍의 모양과 달리 고구려 절풍에 가까운 모양이다. 금동절풍과 함께 금동으로 만든 관테 둘레파편과 세움장식 3개가 출토되어 세움장식이 있던 금동관으로 추정된다. 익산군 익점리고분에서는 위의 것과 다른 모양의 금동관이 더 출토되었다. 발굴자들은 모두 금동제관식으로 단순히 분류하였으나 출토된 유물들을 종합하면 또 다른 백제고유의 양식을 보여주는 금동관임이 확인된다.
첫째, 금동판의 새 모양을 봉황새라고 하였으나 필자는 삼족으로 보았다. 또한 이 금동판과 함께 관테둘레로 보이는 것이 출토되었는데, 역시 삼족오의 문양이 보인다. 삼족오의 문양이 백제에서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이 유적에서는 금동으로 만든 절풍도 출토되었다. 셋째, 복원된 절풍을 속관으로 하고 이를 겉관과 합치면 백제 고유의 금동관 양식을 볼 수 있다. 익산군 입점리 출토 금동관보다 세움 장식이 훨씬 화려한 금동관이 백제의 여러 지역에서 출토되었다. 공주 수촌리, 충남 서산시 부장리, 전남 고흥군 길두리 등에서 출토된 금동관들로 모두 5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에서는 4세기말 경 금관과 금동관이 출현한 것으로 나타난다. 근초고왕시기에 국력이 절정에 올라있는 백제가 고구려보다 늦은 5세기 무렵에 금관과 금동관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백제의 금동관들이 만들어진 시기를 백제가 가장 곤경에 처해있던 5세기로 편년하는 것은 실제로 백제의 정치적인 상황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금동관의 경우 모두 관 안에 절풍을 중요한 구조로 하고 있는 것은 한민족의 상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절풍의 사용양식으로 본다면 모두 정수리 부분에 틀어 올린 머리에 꽂았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머리를 틀어 올리는 모양은 여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여자들의 무덤에서도 절풍이 출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백제에서 사용되었던 금동관과 금관의 양식은 고대 한민족이 널리 사용하던 변과 절풍의 변화 위에 새로운 왕조에 걸맞도록 창조적 형상으로 상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조선 초기부터 사용되어 온 한민족 고유의 원형과 나뭇잎모양의 달개장식의 양식이 한민족의 미의식 속에서 혼합되어 표현된 민족 고유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