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공주 대통사가 언제, 어떤 배경으로 건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대통사의 축조에 대한 남조 양의 영향은 별 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곳에 대한 발굴조사에서는 백제와 관련된 유적이나 유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출토와당을 통해 볼 때 인근지역에 백제 웅진시기부터 고려시대에 걸쳐 사원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기와의 형식적인 면이나 제작기법의 계통성으로 보아 남조 및 양의 색채가 확연히 관찰되고 있어 양자의 관련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사와 양무제 개인과의 관계는 역시 재고되어야 할 소지가 있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양무제의 공적인 입지는 백제가 남조 양에 편중된 외교와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충분한 당위성을 담보하고 있으며 또 그의 불교에 대한 개인적 편력도 백제의 불교사적 입장에서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사라는 불사의 창건배경이 양무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삼국유사』의 기록 외에는 전무하다. 여러 정황을 감안한다면 역시 양자의 관계는 아직도 불분명한 점이 존재한다. 차일 대통사에 관한 신자료가 확보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좀 더 생산적 논의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사를 포함한 다수의 백제고지 출토 고고자료는 백제가 남조 혹은 양과의 교류를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대통사의 창건배경에 대한 논란을 넘어 남조정권과 백제가 상당히 심층적인 관계를 수립했기에 가능한 흔적들이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전실묘의 경우 당시 중국 남방의 주류묘제인 전실묘 체계를 총체적으로 수용하여 구축한 매장 구조물로서 무덤의 구조, 축조기법, 수장기물, 묘실내부의 장식, 장구 등 당시 중국의 동진․남조 시기 전실묘의 특징과 영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높은 규격과 등급의 고분들이 채용한 장제를 襲用하고 있어 백제의 왕실이 어떠한 정치․외교적 고려를 감안한 것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 남조의 무덤제도를 채용하여 구축한 전실묘는 분명 백제고분 중에서 등급이 가장 높을 것이며, 백제왕 및 기타 극소수의 신분이 특수한 백제귀족만이 향유할 수 있었다. 또 양직공도, 고분 출토 유물, 불교건축 등에서 보이는 양의 요인들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잠제에 이어 양대로 접어들며 백제와 중국 남방정권과의 관계는 더욱 밀착되었으며 단순한 문물의 교류를 넘어 정치적 이해와 계산에 따른 심층적 관계를 구축하려 한 사실이, 문헌은 물론 고고자료에서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특히 웅진시기 백제의 대중외교는 최고위층의 전통적 묘제를 포기해가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여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사의 창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정치․외교적 役事이었을 것이다. (필자 맺음말)